2025. 12. 31.
2025 Wrapped
Intro
오늘도 늘 미루고 싶은 숙제처럼 연말회고를 적습니다. 여러분의 2025년은 어땠나요? 인류는 전례없는 수준의 지능을 가지게 되었고, 하루가 다르게 그 기술은 무서운 속대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우리에게남은 가장 해결이 어려운 문제는 자원의 분배일까 싶습니다.
자원의 분배는 모든 세대가 느끼는 긴장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한국은 땅도 좁으니 여기저기서 다른 사람들의 소식도 잘 들립니다. 누구는 AI를 레버리지해서 강의를 팔아 몇 억을 벌고, 누구는 SNS 바이럴을 만들어서 한 달에 몇 백만원씩 광고 수익을 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창조적 긴장은 조급함으로 바뀝니다. 시야가 좁아지고, 경직됩니다. 그리고 성공 방정식처럼 보이는 주변의 성공사례에 눈이 갑니다. 따라해보려 하지만, 얼마 못가 흥미를 잃습니다. 나와 맞지 않는 겁니다. 자연스럽지 않는 것이죠.
그러다 한 사진가의 책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습니다.
찍어야할 것이 없다면, 무엇이든 찍을 수 있고, 가야할 곳이 없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맞는 말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비울 수 있어야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채울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멈춤과 재충전을 잘하는 것 또한 이 시대를 잘 살아가기 위한 재능일지 모릅니다.
The best products on 2025
스몰토크한다는 생각으로 지루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가벼운 이야기를 먼저 적어봅니다. 올해 제가 사용했던 제품 중 가장 효용성이 좋고, 생산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 제품 3가지입니다.
Conductor / Claude code
Claude code는 2025년 최고의 제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 긴 말이 필요할까요. Conductor는 worktree 기반으로 Claude code를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제품입니다. YC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코드에디터 뷰가 없습니다. 코드를 직접 수정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대화로만 코드를 수정합니다. 이는 명확하게 미래의 개발방식은 어떠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무료입니다.
Raycast
Raycast는 매년 연말정산을 하며 유저들의 데이터를 재가공해 공유합니다. 올해 제 통계를 보니, 하루 평균 77회 Raycast를 사용했습니다. SNS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이 정도 리텐션과 stickness를 가진 제품이 있을까요? Raycast를 사용한 뒤로 마우스와 트랙패드마저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키보드 위에서 모든 걸 해결하고 싶다는 욕구를 만들어줬다고 해야할까요. 부작용(?)으로 한동안 Vim을 익혀 사용했습니다. 제품적인 면에서 가장 닮고 싶은 제품입니다.
Viture
만약 이 제품을 올해 초에 샀더라면 무조건 1등이었을 제품입니다. AR Glasses인데요. 1440 x 1200 해상도를 지원합니다. 거의 4K네요. 덕분에 어디서든 일할 수 있습니다. 거북목도 사라졌구요. 무엇보다 파노라마 뷰로 설정하면 집에서도 IMAX를 볼 수 있다는게 정말 좋습니다. 모니터가 사라지는 세상은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다음은 마우스, 그 다음은 키보드겠죠.
다만, 내년에 구글이 AR Glasses를 새로 발표한다고 하니 AR Glasses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그걸 사시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Obsessions on 2025
UI가 필요할까?
올해 제가 가장 집착한 현상은 UI의 종말입니다. AR Glass, Raycast, liquid glass 같은 제품이 선언하는 방향은 같습니다. UI는 더 이상 공간을 분절하는 단위가 아닙니다. 주변 공간과 어우러져야합니다. 더 단순해지고, 투명해집니다. 입력하고 보여주는 방식과 동선의 재설계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하지만 다뤄야하는 정보의 양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UI는 간소화되어야합니다. 그만큼 꼭 보여줘야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결정해야하는 시기라는겁니다. 화려했던 제품이 저물고, 실용적이고 효용성 높은 제품의 시대가 시작됩니다. 내가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지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자주 사용하는 제품이 되는 것. 결국 이 본질은 변하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Context Engineering - AI Context 비용을 낮추는 방법
작년부터 주변에서 클론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걸로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메모리 레이어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정보를 저장하고 조회할 수 있어야 한 사람의 멘탈모델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이는 Context Engineering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집니다. Context Engineering이란, LLM 답변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Context를 설계/조립하는 기술입니다. 프롬프트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조회하고 선별해서 구조화합니다.
B2C로 해석하면 AI Companion의 기초가 되고, B2B로 바라본다면 Input Context의 비용 감소로 볼 수 있습니다. 만약 RAG로 CS Agent를 운영하는 회사가 있다면, 고객이 질문을 할 때마다 CS Docs에서 불필요하게 많은 양의 정보를 조회하고, 붙여넣습니다. 정확하지만, 비용효율적이지 않습니다. Context Engineering은 맥락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조회하고, 정보를 재구조화/재가공/배열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작업은 정해진 Context window의 양을 넘지 않도록 통제합니다. 이는 곧 운영 비용의 감소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면 이런걸 만들어볼 수 있는 것이죠. 제 모든 이메일로 Memory를 만들었고, 조회할 수 있습니다.
How to learn fast
낮은 수준의 최종안을 만들고, 하나씩 최적화해나가는 과정
무언가를 처음 배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원하는 바까지 도달하기 위해 어떤 단계를 밟아야하고, 얼마나 걸리는지 몰라 답답한 감정만이 있는 것입니다. 저는 모든 문제를 "시간 문제"로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문제해결의 유일한 제약이 시간뿐이라면, 그건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문제가 됩니다. 말 그대로 시간을 쏟거나, 돈을 더 쓰면 해결되는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올해는 새롭게 배워야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특히 Context Engineering이 그러했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최대한 많은 논문을 읽고, 큰 그림을 이해하는데 시간을 썼습니다. 여기서 큰 그림이란, 정보가 입력되고, 메모리로 저장되며, 조회할 수 있는 Full Pipeline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100점만점의 10점짜리 Full pipeline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더 새롭게 만들 것은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단계 별 최적화의 단계입니다. 즉, 제가 명확하게 개발해야하는 것들과 dependency가 정의됩니다. 그렇게 로드맵이 만들어졌습니다.
큰 그림을 이해하고, 구린 최종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 하나씩 최적화하기. 이게 제가 습득한 빠르게 새로운 것을 배우는 방법입니다.